2023년, 이별을 통보한 연인에게 강제로 성관계를 당한 한 여성이 2년이 지난 지금, 뒤늦은 고소를 고민하고 있다.
유일한 증거는 '강제로 그런 것 사과하라'는 메시지에 돌아온 '미안하다'는 짧은 답변 하나. 시간이 흘렀고, 심지어 사과를 받고 다시 만났다는 불리한 정황 속에서, 이 카카오톡 메시지가 과연 정의를 구현하는 '스모킹 건'이 될 수 있을까?
그날의 악몽과 '미안하다'는 다섯 글자
사건은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연인 사이였던 A씨는 상대방에게 이별을 이야기하던 중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당했다. 끔찍한 경험이었지만, A씨는 상대방의 사과를 받고 다시 만남을 이어가며 문제를 덮어두었다.
하지만 시간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했다. A씨는 "덮고 살려고 했는데 자꾸 생각나서 괴롭고 억울하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의 손에 남은 증거는 단 하나. "강제로 그런거 사과하라"는 메시지에 상대가 보낸 "미안하다"는 답변뿐이다. A씨는 "이제와서 뭘 문제 삼냐고 할수 있지만, 이게 증거가 되서 문제 제기가 가능할까요?"라며 법의 문을 두드렸다.
'사과 후 재결합', 치명적 약점인가
법무법인 반향의 정찬 변호사는 "강제로 성관계를 당한 이후 다시 상대방과 사귀었다면, 매우 불리한 정황에 속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법인 이엘 민경철 변호사 역시 "이후 두 사람이 사귄 것도 상당히 불리하고, 너무 오래 전 일이라는 것도 그렇다"며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기 어려울 가능성을 지적했다.
실제로 사건 이후 관계를 회복한 점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 측이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할 빌미를 줄 수 있다. 법무법인 가림의 이용수 변호사는 "다시 사귀게 된 경위, 신고하지 않다가 신고하게 된 납득할만한 경위와 이유를 들어 당시 피해 상황에 대한 구체적이고 일관된 설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간이 흘렀다는 점 자체가 불리한 것보다, 그 시간 동안 두 사람이 어떤 관계를 유지했는지가 더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소시효 10년, 뒤집기 핵심은 '일관된 진술'
하지만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고소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HY 황미옥 변호사는 "피해 사실이 진실인 이상, 지금에라도 고소를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 변호사도 "강간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라며 "2023년에 발생한 사건은 여전히 공소시효 내에 있어 형사 고소 진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증거다. '미안하다'는 카카오톡 메시지에 대해 김일권 변호사는 "상대방이 '미안하다'라고 답장한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형사고소 하여, 처벌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 증거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의 경우 어느 쪽의 진술이 더 구체적이고 일관성 있는지에 따라 사건의 결론이 내려지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피해자 진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법무법인 통 오기찬 변호사 역시 "대부분의 성범죄 사건은 당사자 진술 외 다른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A씨의 기억 자체가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된다"고 힘을 실었다.
결국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발판 삼아, 사건 당시의 상황과 그간의 고통을 얼마나 구체적이고 흔들림 없이 진술하느냐가 사건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2년의 고통, 법적 조력으로 끝내야
전문가들은 늦었다고 포기하기보다 적극적인 법적 조력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법률사무소 수훈 이진규 변호사는 "사건 당시 피해사실을 정리하여 정식 고소절차 진행이 필요해 보이는 사안"이라며 고소장 작성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제안했다. IBS법률사무소 유진명 변호사도 "시간이 수년이 흘러 정식 고소장을 디테일하게 정리하여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형사 고소와 별개로 민사 소송을 통한 피해 회복의 길도 열려있다. 법률사무소 필승의 김준환 변호사는 "형사고소뿐 아니라 민사 소송도 제기하실 수 있다"며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묵혀둔 상처는 결코 가볍지 않다. 혼자 끙끙 앓기보다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엉킨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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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5